재건축 조합들 '설계 선확정' 확산…압구정3구역 설계권 300억, 공사비 증액 차단 노림수
· 목동은 ANU가 5개 단지 설계를 확보해 최다 실적, 희림·나우동인 각 3개 단지
· 압구정2구역은 주동 배치·스카이라인을 조합이 확정해 시공사 임의 변경을 입찰 조건으로 제한
· 월계시영아파트(미미삼) 설계자 입찰에 8개 업체 참여, 논현동 동현아파트는 합동 홍보설명회 개최
· 분당 샛별마을 통합재건축(약 5050가구)은 지난 19일 나우동인을 설계자로 선정
· 설계비 수십억~100억원대를 감수하는 목적은 시공사 선정 후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차단
· 설계자 선정이 인허가 용역에서 공사비 협상 사전 작업으로 성격 변화
사진: 뉴시스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시공사를 뽑기 전에 설계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압구정2구역 설계금액은 약 144억원, 압구정3구역은 약 300억원 규모 설계권을 놓고 경쟁이 벌어졌다. 그간 정비사업 고급화 경쟁은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건설사들이 대안설계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공사 범위가 바뀌고 공사비가 늘어나는 문제가 반복됐다. 최근에는 단순 인허가 도면을 넘어 단지 배치와 평면, 외관, 조경, 커뮤니티까지 설계 단계에서 구체화한 뒤 시공사에 공사비와 시공 조건을 제시받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압구정2구역 설계 공모에는 디에이건축,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ANU 등 대형 설계사가 참여했고 해외 설계사와 손잡은 곳도 나왔다. 압구정3구역에서는 희림·나우동인 컨소시엄과 해안건축이 맞붙었고, 설계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서울시가 개입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목동에서는 ANU가 3·5·8·11·13단지 등 5곳을 맡아 최다 실적을 확보했고 희림과 나우동인이 각각 3개 단지, 건원이 2개 단지를 따냈다.
조합들은 설계 단계에서 시공사의 대안설계 범위를 제한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압구정2구역은 주동 배치와 스카이라인 등 주요 설계 요소를 조합이 확정해 시공사가 임의로 바꾸기 어렵도록 입찰 조건에 반영했다. 강남구 논현동 동현아파트는 설계자 선정 합동 홍보설명회를 열었고, 월계시영아파트(미미삼) 설계자 입찰에는 ANU·나우동인·무영·하우드 등 8개 업체가 참여했다.
경쟁은 1기 신도시로도 번져 분당 선도지구 샛별마을 통합재건축은 지난 19일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나우동인을 설계자로 선정했다. 기존 5개 단지를 합쳐 약 5050가구로 짓는 사업인 만큼 단지별 이해관계와 평형 구성, 조망·일조를 설계 단계에서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합들이 수십억원에서 100억원대 설계비를 감수하는 이유는 원안 설계가 단순할수록 시공사 선정 이후 설계변경과 추가 공사비 갈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설계 완성도를 높이면 동일한 기준으로 건설사 간 공사비를 비교할 수 있어 설계비를 아끼기보다 전체 사업비를 통제하는 쪽으로 셈법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경
정비사업 공사비 갈등은 2022년 이후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전국 사업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시공사 선정 시점에 건설사가 대안설계를 앞세워 수주한 뒤 실제 시공 단계에서 공사 범위를 조정하며 증액을 요구하는 구조가 반복됐고,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 중단까지 가는 사례도 나왔다. 조합이 설계 주도권을 먼저 확보하려는 최근 움직임은 이런 학습의 결과다.
시장에 주는 의미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조합원이라면 설계자 선정 시점의 계약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실익이 크다. 설계 확정 범위가 넓고 입찰 조건에 변경 제한이 명시돼 있으면 이후 공사비 협상에서 분담금 변동 폭이 줄어든다. 반대로 원안 설계가 단순한 단지는 시공사 선정 이후 설계변경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총회 안건에 오르는 설계 용역비와 입찰 조건 문안을 함께 살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 Q. 조합이 시공사 선정 전에 설계를 확정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 설계가 확정된 상태에서 입찰을 받으면 건설사들이 같은 기준으로 공사비와 시공 조건을 제시하게 됩니다. 시공사 선정 이후 특화를 명목으로 설계가 바뀌면서 공사 범위와 공사비가 늘어나는 여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 Q. 설계비가 수십억원에서 100억원대인데 조합에 이득인가요?
- 공사비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정비사업에서는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규모가 설계비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설계비를 더 쓰더라도 전체 사업비를 통제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입니다.
- Q. 어느 사업장에서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나요?
- 압구정2·3구역과 목동 3·5·8·11·13단지, 강남구 논현동 동현아파트, 강북권 월계시영아파트가 대표적입니다. 1기 신도시인 분당 선도지구 샛별마을 통합재건축도 설계자를 먼저 선정했습니다.
- Q. 조합원이 확인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 설계 공모 단계에서 주동 배치와 스카이라인, 평면, 조망 같은 핵심 요소가 어디까지 확정되는지, 그리고 시공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도록 입찰 조건에 반영됐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장치가 없으면 이후 설계변경 협상에서 조합이 불리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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